엑스재팬 그들이 외치는 `위아엑스`
중학교 시절 나에게는 우상 같은 밴드가 있었습니다. 서태지도, 이브도 아닌 엑스재팬이었죠. 뜻도 모르는 일본어를 연신 흥얼거리며 서정적인 기타 멜로디에 푹 빠져드는 시기였죠. 사춘기 아니 요즘 말로 `중2병`이라 부릅니다. 저 역시 그런 흑역사를 가지고 지냈죠. 하지만 당시 엑스재팬의 인기는 저 만의 중이병이 아니었습니다. 반 친구들 모두 엑스재팬의 노래를 흥얼거렸고, 쉬는 시간만 되면 컴퓨터로 그들의 연주장면을 보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신할 때까지 드럼을 치던 요시키와 붉은 머리의 히데, 찢어지는 샤우팅의 토시까지. 그들은 방과 후 노래방으로 우리를 향하게 만들었고ENDLESS RAIN , JOKER , SAY ANYTHING , TEARS 등 불후의 명곡을 남겼습니다. 그 외에도 X와 쿠레나이 등. 뜻도 모르는 가사를 그땐 왜 그렇게 흥얼거렸는지. 아무튼, 간만에 추억을 되살리는 소식이 있어 기뻤습니다.
`we are X` 화려한 록스타의 뒷모습.
영화 위아엑스는 사실 요시키의 개인 다큐멘터리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재밌습니다. 엑스재팬을 모르는 사람들에겐 흥미가 없을지라도, 잠시나마 그들을 알고, 동경했던 그 당시의 모든 중이병 환자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해줍니다. 오래된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술 한잔 기울이며 서로의 안부를 묻듯, 영화 위아엑스는 우리에게 그들의 걸어온 발자취를 들려줍니다. 그땐 이랬어, 너 그랬지. 하며 친구와의 묵은 갈등을 풀듯 잠잠히 풀어나갑니다.
아쉬운 점은 존재한다.
1997년 해체와 1998년 히데의 죽음 뒤로 재결성과 활동까지. 사실 한편의 영화로 풀어내기에는 너무 많은 사연이 있습니다. 멤버 결성과 타이지의 탈퇴, 그리고 요시키와의 불화까지. 토시의 사이비종교설은 뉴스에도 나올만큼 유명했지만, 토시 본인의 심정을 듣기에는 모자랐습니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 문제라기 보다는 멤버들의 개인사를 하나씩 영화로 풀어내도 될 만큼 방대하기 때문입니다.
엑스재팬은 엑스 팬과 히데 팬으로 나뉜다.
예. 저는 히데의 팬입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낸 tell me를 아직도 듣고, 가끔 그 당시 영상을 볼 정도로 히데의 팬입니다. 우리나라의 서태지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가진다 생각할 정도로 히데를 좋아했습니다. 붉은머리에 노란기타, 그리고 스모키한 화장이 이쁜 남자. 그의 탄생 50주년을 맞아 `히데 정크스토리`가 나왔지만, 영화 위아엑스에서 히데의 비중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요시키의 개인 다큐멘터리, 토시의 탈퇴와 히데의 죽음
영화는 이 3마디로 설명됩니다. 요시키의 음악 작업의 원천과 아버지의 자살이 1부이면 토시의 사이비종교와 탈퇴가 2부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히데의 죽음은 3부가 아닌, 티저광고 같은 느낌입니다. 아쉬움이 묻어나는 영화이지만 그래도 제게는 추억을 살리는 고마운 영화였습니다. 히데의 정크스토리도 기회가 되면 꼭 보고싶습니다. 위아엑스가 제게 오래된 친구와의 술자리이면 히데의 정크스토리는 오래 전 헤어진 연인을 만나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