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가 아닌 클래식함을 보여준 이들. 그리고 신예의 반란.
이번 3화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노련함을 보여준 기성래퍼들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1세대 라임괴물 피타입과 리듬 위의 마법사 디기리. 매니악등이 있죠. 이그니토의 철학이 담긴 음악과 매니악의 죽지 않은 랩 괴물을 보았고, 피타입과 디기리의 경연이 아닌 공연을 보았습니다.
피타입 VS 디기리. 승자 피타입.
가사 돌려막기라는 악담 속에서도 피타입은 피타입이었습니다. 묵직한 한글라임이 영어마냥 굴러가는 가사를 보며, 힙합을 잘 알지 못하는 전 마냥 좋게만 들렸습니다. 그리고 디기리, 피타입보다 스무스하고 조금 더 알기 쉬운 가사, 사실 첫번째 비트보다 무승부 이후 재대결에서 보여준 비트 속 가사가 더욱 좋게 들렸습니다. 예전 시즌에서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진 피타입, 이번에도 비슷한 가사를 내세웠지만, 아쉬움 속에 2차를 통과하고는 디기와의 렌전더리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불한당크루의 `불한당가`노래를 들으면 피타입만의 한글라임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불한당 크루 이후 브랜뉴뮤직과 계약하며 새로운 음악을 약속한 피타입. 쇼미더머니시즌6에서 어디까지 증명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번 화를 통해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를 증명하며 죽지 않았음을 알렸습니다.
괄약근의 마법사. 아니, 돌아온 리듬 위 마에스트로 `디기리`
랩교 1막으로 잘 알려진. 허니패밀리. 어린 친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90년대 힙합을 알게 된 국내 힙합팬들에게는 익숙한 그룹입니다. 힙합을 하나의 종교처럼 이끌던 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 리듬을 가지고 놀던 디기리. 허니패밀리 외에 리쌈트리오까지 활동을 했지만, 괄약근으로 통하는 입대기피 사건(혈압측정시 괄약근의 힘을주어 고혈압으로 판정받는 방법으로 입대를 기피하려다 재입대하였습니다.) 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엠넷의 악마의 편집으로 또 다시 희생양이 되었지만,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 나왔다는 그의 진솔한 말투와 피타입과의 대결에서 보여준 래핑은 예전 허니패밀리 시절 속 그를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겐 낡고, 어린친구들에겐 새롭지 못한 가사와 랩일지 모르지만,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올드라는 단어보다는 클래식이 더 어울렸습니다. 피타입과의 재대결에서 패하고 사라지지만,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 예전 리듬을 가지고 놀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1세대 래퍼가 반갑다. 그리고 그립다.
개리, 길, 디기리. 리쌈트리오. 리쌍의 해체로 인해 앞으로 같은 무대에 선 모습을 볼 날이 더욱 없어지겠죠. 무브먼트와 붓다베이비 래퍼들도 이젠 근황이 궁금합니다. 최근으로 넘어오면, 쌈디와 이센스의 슈프림팀까지. 1세대와 2세대, 그리고 1.5세대 래퍼들이 더욱 생각나는 무대였습니다.
이그니토와 우원재, 페노메코와 에이솔, 보이비와 블랙나인. 승자 우원재, 에이솔, 흑구.
현 힙합씬 가장 핫한 루키인 페노메코가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말도 많습니다. 에이솔의 래핑을 칭찬하는 분들도, 말도 안된다며 화를 내시는 분들도, 페노메코가 아깝다는 분들도, 그 만큼 페노메코가 국내 힙합씬에서 받는 기대치를 알 수 있었습니다. 프로듀서진이 그리는 빅픽처에 에이솔이 더욱 어울렸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사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확실한 사실 하나는 에이솔이 붙은겁니다. 자기 생각과는 다르다고 도 넘은 비판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젠 쇼미더머니라는 틀을 넘어선 페노메코의 더욱 큰 행보를 응원해주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악마 대 사탄. 우원재의 발견.
어둠의 기운을 잔뜩 끌어모은 두 래퍼. 이그니토와 우원재.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는 우원재와 자신의 철학을 막힘없이 내뱉는 이그니토. 승자는 우원재입니다. 사실 누가 이겨도 이상할게 없는 대결이라 생각합니다. 이그니토가 가진 네임벨류와 스킬, 그리고 가사에 우원재가 조금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우원재에게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그니토와의 이번 대결은 그에게 음악적 성장을 불러올수도 있고, 앞으로의 경연에서 발전해나가는 모습은 신예래퍼의 등용문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매우 어울린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그니토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모습에 마음이 씁쓸하기는 합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팬심은 어찌할 수가 없네요.
보이비와 블랙나인 흑구. 보이비의 아쉬운 선택.
만약 보이비가 블랙나인이 아닌 다른 이를 골랐다면, 우린 제2의 호랑나비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블랙나인을 선택했고, 블랙나인은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타이트한 래핑과 딕션, 보이비만의 각잡힌 랩도 좋지만, 흑구가 가진 새로운 래핑역시 또 다른 가능성을 프로듀서진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몇번의 도전과 예선탈락. 어쩌면 이번 시즌은 그 동안 실패를 맛본 흑구에게 성공이라는 파랑새를 가져다주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랩괴물. 1세대 래퍼의 자존심을 지킨 매니악. VS 마이크로닷. 승자 매니악.
거한과 거한의 만남. 마이크로닷과 매니악이 만났습니다. 1세대 힙합그룹 중 하나인, 업타운. 이미 윤미래로 더 유명합니다. 스내키챈과 스윙스 역시 업 타운 출신이죠. 그리고 드디어 나온 매니악. 2화에서 떨어진 자신감은 3화에서 넘치다 못해 폭발하였고, 정확한 딕션과 여유넘치는 그 만의 플로우로 또 다른 거한 마이크로닷을 이겼습니다. 비와이와의 대결에서 폭팔력으로 승기를 잡았던 마이크로닷, 매니악과의 대결에서는 그의 덩치가 왜소해 보일만큼 작은 모습이었죠. 하지만 랩 만큼은 둘 모두 잘했습니다. 전 보는내내 누가 이기든 박수를 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박수는 매니악에게 갔습니다.
건재한 1세대? 노련함만이 답은 아닙니다.
이제 남은 1세대 래퍼는 더블케이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존 출연래퍼들이 있죠. 우승후보 넉살까지 남았습니다. 피타입과 매니악, 다음 경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그들의 건재함을 알린 건 성공입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죠. 새로움과 독특함으로 무장한 신예들, 실력은 기본으로 자신감은 덤으로, 그런 그들에게서 클래식함을 보여주긴 위해서는 발전은 필수입니다. 노련함이 지나치면 단조로움이 되고, 지겨움이 생깁니다. 이그니토와 페노메코의 탈락은 정해진 우승후보는 없다는 걸 우리에게 알렸고, 이는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누군가에게는 불안함으로 다가오겠죠.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쇼미더머니 시즌6, 다음화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