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만의 철학으로 확고한 음악적 세계관을 구축하던 이그니토가 쇼미더머니 시즌6에 나옵니다. 중저음의 무거운 목소리와 어두운 비트, 그리고 심오한 가사로 한번에 매니아층을 만들고 또 많은 이의 귀를 사로잡았던 래퍼이죠. 제가 20살이던 2006년 힙합계의 이단아로 등장해서 2007년 악마와 거래한 래퍼로 이름을 날리던 이그니토. 사실 힙합을 좋아하던 군대에서는 외부와의 단절로 소식을 듣지 못하고, 제대 후에는 예전의 열정이 없어 합합씬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쇼미더머니는 늘 챙겨봐왔지만, 시즌4의 블랫넛만큼이나 이그니토의 등장은 충격이네요.
이름 : 이그니토 a.k.a Bebolder
본명 : 민재기
출생 : 82년 9월 1일
학력 : 인하대학교 철학과
레이블 : Vitality Music
그가 데뷔한지도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 동안 확고한 음악적 색을 보여주던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꾸준하게 활동했습니다) 이그니토. 그의 장점은 훅을 때려 넣는듯한 무거운 딕션입니다. 글자 하나하나가 땅에 떨어지듯 무겁게 내려앉죠. 그가 쇼미더머니에 왜 나왔을까요. 사실 이그니토하면 그의 음악적 색만큼이나 돈이나 인기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쇼미더머니 참가하게 된 계기가 `2집 홍보`라고 하는데, 그 속에도 그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같은 소속사의 비트메이커 `컨트럭스`
그의 2집 앨범의 모든 비트는 같은 소속사 작곡가인 컨트럭스의 손에서 나왔습니다. 2006년 1집 이후 준비하던 2집은 2012년 컨트럭스의 죽음으로 멈추었죠. 지병으로 인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컨트럭스. 그가 남긴 마지막 음악적 행보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손을 대지 않는 선에서 작업을 감행하였고, 그 결과물이 이제서야 나왔습니다.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컨트럭스가 남긴 음악을 많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라며 쇼미더머니 시즌6의 출연포부를 밝힌 이그니토. 2집 앨범 `가이아`와 그 속에 담긴 가사들은 생에 대한 애환을 이그니토만의 철학적 문학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대중적이지 못하지만, 그 무엇보다 한결같은 이그니토.
사실 쇼미더머니는 신예 래퍼의 등용문인 동시에, 기성 래퍼들의 재기의 발판입니다. 시즌1의 우승자 더블케이가 나오고, 1세대 래퍼 피타입과 디기리가 나오죠. 원썬 역시 2번째 쇼미더머니의 문을 두드렸고, 아메바컬쳐에서 유일하게 망한 힙합트리오 `리듬파워`가 나와 이목을 끌었습니다. 음악가가 음악만으로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밥을 먹기 위해 음악을 하진 않더라도, 음악을 하기 위해 밥을 먹는 그들에게 쇼미더머니란 어쩌면 음악을 계속해서 하게 해주는 그런 소중한 공간일지 모릅니다. 이그니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미 떠난 컨트릭스를 기리기 위해 쇼미더머니를 이용합니다. 전 응원합니다. 쇼미더머니라는 틀 안에서, 본인의 색이 너무나도 확고한 이그니토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르지만, 이미 초기의 목적인 컨트릭스의 음악을 알리기 위한 인지도 쌓기에는 성공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