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화책 포스팅이 늘어가고 있네요. 사실 생각해보니, 만화책이 좋아 그동안 엄청 많이 읽었는데, 제가 읽은 만화책들도 기억도 안나고 해서, 어떤걸 읽었는지, 어떤게 추천할만한지 정리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포스팅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학창시절의 추억이 있나요.


남자들은 학창시절 주먹에 대한 로망이 조금씩 남아있죠. 그래서 오늘은 학원물 만화 오늘부터 우리는 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 당시에는 상남2인조와 짱에게 밀려 크게 히트하진 못했지만, 특유의 유머코드와 밝은 만화책의 내용, 그리고 작가 특유의 그림체는 꾸준한 매니아층을 유입하였고,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학원물의 정석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평범한 학생에서 오늘부터 날라리가 되기위한, 흔히 일본에서는 고교데뷔라고 부릅니다. 화려한 고교데뷔를 꿈꾸는 금빛머리 미츠하시와 빗자루 머리 이토. 그 둘이 겪는 학창시절의 우여곡절이 만화책의 주 내용입니다. 하지만 다른 학원물과 달리, 이 두명은 조금많이 튀고 싸움을 자주할뿐이지, 나쁜녀석들은 아닙니다. 술도 담배도 안피고 깡패를 보면 열심히 도망가는 인간적인 면이 특징입니다.


그래도 에피소드마다 일어나는 싸움씬에서는 미츠하시의 호쾌한 액션을, 이토의 우직한 근성을 볼수있습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유머로 시작해 유머로 끝나지만, 그중에는 눈물찡할정도의 소스도 있습니다. 일본문화특유의 신뢰,근성으로 이루어진 교훈코드는 진부할 수 있지만, 그 교훈까지 이어지는 스토리는 아무생각없이 웃고싶을때 마음껏 웃게해줍니다.



다른사람 아닙니다. 동일인물입니다. 비겁하지만 누구보다 강한 미츠하시와는 달리,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만의 철학을 지키는 이토는 극중에서 정의의사도, 불의를 못참는 남자, 바보같을 정도로 사람을 믿는 남자로 나오죠. 그에반해 미츠하시는 그 누구보다 강하고, 비겁하고, 무서운 남자로 나옵니다. 사실 미츠하시는 표현이 서툰, 츤데레의 정석으로 이토처럼 직설적이지 못할뿐입니다. 그외에 바보대장 이마이등 감초같은 조연들과 어우려지는 청춘의 한페이지는, 지금보다 많은 옛날이지만 왠지 익숙한 향기를 느끼게 해줍니다. 


미츠하시에게서 통쾌한 액션을, 이토에게서 가슴 울리는 근성을 느낄 수 있는 오늘부터 우리는, 폭주족과 마약, 이지메에 지친 이들에게 권하는 힐링 학원물 만화입니다.

한국에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악질범죄자들을 잡아죽이는 '비질란테'가 있습니다.

흡사 놀란감독의 배트맨과 같은 역할이죠. 법의 뒷편에서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사회의 악을 뿌리뽑는 다크나이트.

도시의 영웅이자 악질범죄자의 모습을 동시에 가지는 존재입니다. 

그런 비질란테가 범죄자와 싸운다면, 그 전에 일본의 아쿠메츠가 있습니다.

악멸이라는 뜻의 아쿠메츠. 아쿠메츠는 부정부패와 싸우죠.



'테러리스트가 횡행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아쿠메츠는 분명한 '악'입니다. 절대 선이 아니죠. 정의의 히어로들은 아쿠메츠와는 분명 다릅니다. 그들은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는 누가봐도 명백한 '악'을 상대합니다. 하지만 아쿠메츠가 상대하는 '악'은 드러나지 않은, 숨겨져있는 그런 높으신 분들입니다. 하는짓은 누가봐도 '악'이지만, 많은 이들이 그들을 선이라 생각하죠. 아니, 선이라고 믿고 싶어합니다.


그런 그들에게 아쿠메츠는 회유나 용서가 아닌, 조금 더 확실하고 과격한 방법을 사용합니다. 이는 테러라는 단어로 포장되지만, 사실 테러라기 보다는 철퇴를 내린다고 보는게 맞겠죠. 그들에게는 테러이지만, 우리들 서민의 눈에서 그런 부정부패 무리에게 내리는 아쿠메츠의 죽음은 잔혹한 철퇴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잔혹한 철퇴뒤에 언제나 죽지만, 새로이 또 다른 '악'앞에 모습을 나타내는 아쿠메츠에게 모종의 희열도 느낍니다.



정치인, 은행권에 철퇴를 내리며 총리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아쿠메츠. 사실 만화의 내용을 굉장히 밝습니다. 진지하고 무거운 문제이지만, 아쿠메츠는 시종일관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대합니다. 정의의 히어로가 아닌, 악역을 자처하면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나가죠. 그리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아쿠메츠가 제기하는 복잡한 문제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가게 됩니다. 그전에 테러와 살인, 자살로 매스컴이 뒤덮히지만, 그래도 아쿠메츠의 방식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명확하게 말해주고, 또 간결하게 해결해버립니다. 아쿠메츠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타켓팅된 대상자는 자신 역시 어쩔수없었다며 변명을 늘어놓지만, 이를 실시간으로 보는 시민들, 그리고 그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당한 많은이들의 울분을 사게 됩니다. 이는 아쿠메츠의 대한 공감으로 이어지죠. 아쿠메츠가 이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간결합니다.


악인에게는 '아쿠메츠가 온다.'

다른이에겐 '아쿠메츠라면 어떻게 했을까'


연일 답답한 뉴스에,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정치인들때문에 가슴 답답한 이들에게 추천하는 만화책. 사실 만화책을 보는 내내, 아쿠메츠같은 존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안되는걸 알지만, 그래도 답답한 마음을 어쩔 수 없네요. 마지막으로 이 만화의 핵심내용인 총리의 마지막 대사하나 남기고 가겠습니다.


"아쿠메츠는 존재해선 안된다. 하지만 나라를 움직이는 자들은 아쿠메츠를 잊어선 안된다."


오랜만에 블로그를 들어옵니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점점 더 힘들어지네요. 그래서인지 그렇다할 문화생활이나, 취미생활없이 하루하루 늪에 빠져가는 기분으로 지냈습니다. 그러던 중 오랜만에 괜찮은 만화책을 한권 보게 되어, 소개해드리고자 글을 씁니다.



용오입니다. 날카로운 주인공의 눈매가 보이시나요. 용오는 프로교섭인입니다. 비공식적인 활동을 주로하며, 체결된 계약은 무슨일이 있어도 해결해내지요. 사실 교섭이란 키워드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갈까 싶었지만, 작가는 교섭이라는 단어를 통해, 종교 전쟁, 그리고 난민과 같은 범인류적인 문제에도 거침없이 파고들어갑니다. 


용오는 그 속에서 인간적인 키워드를 가지고, 때로는 협박으로, 때로는 동정으로, 그리고 어떨때는 공감으로 그 문제를 해결해나가지요. 의뢰인이 부탁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이 가진 카드의 패를 미리 읽어내는 것, 가끔 용오의 능력치가 사기적일때도 있지만, 만화속 장치이니 그리 어색하지 않게 흘려갑니다. 전세계를 누비며 전쟁터에서 포로를 구출하고, 테러범을 협박하는 주인공의 능력치가 그 정도는 되어야 말이 되잖아요.


진부한 클리세의 용자물이나, 소년만화에 지치신 분.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으신분들을 굉장히 흥미롭게 읽어나갈만한 책입니다. 이야기는 각 파트마다 기승전결의 구조를 병적으로 지켜나가지만, 기와 승부분이 너무 급작스레 진행이 됩니다. 전에서는 용오의 사기적인 스탯을 감상하시고, 결에서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만큼 매력적인 구조입니다. 알기 쉬운만큼 많이 보이듯이, 만화책 용오는 숨김없이 그 내용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흥미로운 이야기전개에, 유니크한 소재. 그리고 너무나도 잘 빠진 스토리라인은 결국 애니메이션화까지 진행이 되었네요. 아직 애니메이션을 보지는 못했지만, 시간날때 커피한잔 같이 즐기며 진득히 보기에는 좋을 듯 합니다. 


용오는 너무 어린친구들보다는, 사회생활을 하며 열정을 잃어버린 젊은 청춘들에게 추천합니다. 

학교다닐때 그 누구보다 꿈많고 재능 넘치던 우리들이었지만, 가진 것 마저 지키지 못하고 사회에 맞추어 바뀌어버린 내 자신을 보며,

때로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자신의 무기력함에 자책하는 청춘들에게

용오는 대리만족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많은 이들이 알아주지는 않지만, 한번이라도 일을 하게되면 그 누구보다 믿음이 가는 용오처럼, 저 역시 제 주위사람들에게 만큼은 믿음을 주는 그런 사람이자 인간이길 바라며 글 마치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중에 이루펀트의 키덜트라는 곡이 있다.

"나이가 들어 놀이를 멈춘게 아니야. 놀이를 멈춘 후 나이 들어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다는건 어떤의미일까.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 있던 내 20대는 내가 잃어버린 동심의 대한 그리움으로 굉장히 공허하고 우울했다.

현실을 알게되고, 철이 든다는게 꼭 낭만을 잃어버리라는 법은 없다. 왜 어른은 내가 가진 낭만과 동심을 버려야만 되는걸까.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내 길을 간다고 하면 아직 뭘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라고 하면 아직 안힘들어봤다며 비아냥 거리는 많은 어른들. 그런 어른들에게 꼭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지금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보면, 가장 중요한 일을 하게되지."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리고 주인공인 '어른'로빈은 무언갈 하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과의 약속마저도 회사 서류뭉치에 밀린다. 원하는걸 가지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정작 그 원하는게 무엇인지 모른다.

그런 그에게 어릴 적 동심 가득했던 푸가 찾아온다. 


"오늘은 무슨 날이야?"

"오늘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이네"


극중 마지막 푸와 로빈의 대화다. 그리고 가장 내 기억에 남은 대사이기도 하다. 왜 보이지 않는 내일을 위해 당연한 걸 포기하고 살아야 했나. 그저 오늘을 오늘같이 오늘처럼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오늘을 위해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힘들게 사는일이 많아야만 했나. 



"이젠 길을 잃지마. 크리스토퍼"


길을 잃었다는 로빈에게 그래서 내가 널 찾아왔잖아라며 대답하는 푸.

기숙학교에 보내지고, 아버지를 잃고 어른이 되어가며 자신이 아버지에 되는동안 로빈이 잃은것은, 낭만과 놀이이다. 그래서인지 이요르에게 헤팔렘 소리를 듣고, 티거와 피글렛이 로빈을 자신을 못알아볼때, 어릴 적 추억 속 놀이를 통해 자신을 되찾아간다. "로빈이 다시 놀기 시작했어."라는 이요르의 말처럼, 무언갈 잃어버리고 길을 잃어 헤매던 로빈이, 어릴 적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 자신을 되찾아간다. 친구들과 함께 푸를 찾아갈때 푸는 얘기한다. 길을 잃지말라고. 

나에게 그 길은, 동심과 낭만을 가진 오늘을 행복하게 보낼 줄 아는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행복한 일이 많은 우리친구 푸. 


나에게도 오늘이 세상 제일 행복했던 길을 잃지 않았던 내가 있었다.


영화는 보는내내, 내 어릴 적 행복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 8시에 날 찾아오던 곰돌이 푸도 함께 말이다.

로빈처럼 나도 자라오며 책임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알게모르게 조금씩 가져온 그 책임은 날 더이상 아이처럼 꿈꾸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전쟁을 경험하고 사랑하는 에블린을 만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 메들린을 만나기 까지 로빈의 책임속에 들어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회사 효율팀의 직원들, 직장상사, 딸, 아내 그러나 정작 그 속에 자기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길을 잃었다. 왜 내가 사는 오늘속에 나는 없을까. 그리고 그 책임은 왜 나를 꿈꾸게 만들지 못할까.

꿈을 잡아먹는 헤팔럼의 모습은 어쩌면 꿈을 잃고, 아이들의 꿈을 막는 어른들이 아니었을까.


영화 곰돌이 푸는 다시 만나서 행복한 영화다. 다시 만나 그 시절 꿈꾸던 나를 생각나게 해주었고, 영화는 보는 만큼이라도 나를 책임 져야할 어른이 아닌, 꿈 꾸기만 해도 행복한 그때의 아이로 만들어 주었다.

10대가 나오지만, 10대를 위한게 아닌, 10대에 의한 청소년 영화 박화영.

처음 이 영화를 알게된 건 TV속 영화추천 프로그램이었다. 평소 학교물의 영화를 좋아해 바람이나, 통 메모리즈같은 영화를 생각하며 접했는데, 한번 본 뒤 다시한번 더 재생하게 만든 영화였다. 똥파리에서 열연을 보여주었던 이환 감독. 그는 연기에서 처럼 불량학생들의 심리적 정서상태를 파악하는 그런 능력이 있는듯하다. 영화는 시종일관 더럽다. 정말 더럽다. 대사부터 행동까지. 그들은 담배를 숨쉬듯 피고 연신 침을 뱉으며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비속어가 90%다. 



가족이 있지만 가족이 없는 박화영. 그녀는 친구들에게 엄마라 불리길 원한다. 혼자 지내는 집에서 여러 친구들과 지내지만, 실상은 친구들을 보살펴주는 가정부노릇이다. 늘 드세고 강하기만 보이는 그녀도 친구 미정과 영재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어느 날 가출한 세진이 집에 들어오며, 그들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그리고 박화영의 심리적 상태변화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다.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뻔 봤나?"


박화영이 가장 많이 하는말이다. 사실 이 대사가 늘 웃으며 하지만, 보는내내 정말 고독한 느낌이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듯한 대사. 친구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상황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외로워 버림받기 싫어 애걸하는 대사인지. 엄마마저 자신을 버린 상황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외치는 이 한마디. 그래서인지 친구들에게 늘 엄마라 부르길 강요하고, 누군가 그에 반대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엄마라며, 이거 어떡할거야!!"


박화영이 친구 미정에게 가장 많이 듣는말이다. 연예인 지망생인 미정에게 화영은 늘 자신의 뒤를 봐주는 정말 엄마같은 존재다. 그래서인지 늘 화영에게 부탁하고 매달린다. 그리고 미정에게 한없이 약한 화영은 늘 이용당한다. 이런관계는 미정만이 아니다. 그 주위의 친구들이나 우두머리인 영재 역시 화영을 이용하기 위해 근처를 머문다. 이는 극중 영재의 대사로도 알수있다.


"집 있어서 놀아줬더니, 우리가 친구로 보여?"


그들에게 있어 화영의 존재의미는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그저 집있는 사람. 그리고 그 집이라는 이용가치가 떨어졌을때 영재의 폭력은 화영에게로 간다. 극중 마지막에 미정과 화영이 세운 모종의 계획이 실패하고, 미정대신 화영이 몹쓸짓을 당해도, 마지막의 마지막은 결국 화영이 책임을 진다. 미정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영재의 폭력으로 죽은 사람을 두고 영재는 화영에게 말한다. "엄마라고 부르라며, 엄마는 원래 이런거 다 책임지는거야." 그런 영재의 말에 화영은 미정을 보며 괜찮다는 듯 웃으며 집에 가라고 말한다. 미정을 위해 영재의 폭력을 견디고, 그녀를 못마땅하게 만드는 무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가 돈을 달라고 악을써도 화영은 괜찮았다. 그렇게 살아갈 의미를 만들었으니, 미정과 영재대신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을 가도 괜찮았다. 그래도 미정에게 자신은 늘 엄마이기 때문에, 하지만 영화 마지막 오랜만에 만난 미정은 화영이 생각하던 미정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화영은 그저 오래전 친했던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살아가기 위해 또 다른 이의 엄마가 되는 화영


화영은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었다. 늘 욕을하며 자신을 버린 엄마를 미워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엄마의 습관을 그대로 따라하고, 누군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깍아내리면 불같이 화를낸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늘 오물을 뒤집어쓴다. 그리고 늘 확인한다. 마지막 미정에게 존재가치를 버림받은 화영은 또 다른 이들에게 이용당하기 위해 다가간다. 이용당하는걸 알지만, 그래도 외롭지 않기위해.


영화 속 10대의 모습. 현실적이어서 더 무섭다.


영화 속 판타지이지만, 어쩌면 현실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속 그들에게 섹스는 놀이이자 돈벌이이며, 욕은 일상언어이다. 밥대신 라면이 주식이고, 누구든 이용가치만 있으면 친구가 된다. 다른영화 속 10대의 주된 스토리가 서열정리라면 영화 박화영은 폭력이다. 육체적 폭력만이 아닌, 정서적인 폭력까지 함께 들어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어른들 역시 결핍된 사람들이었다. "밥 잘먹고 잘살어." 딸을 버리며 내뱉는 대사라고 하기엔, 너무 슬프다. 어른보다 더 계산적으로 친구를 사귀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그 즉시 장난감으로 취급해버리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 이 영화는 슬프다. 화영은 외롭고 미정은 공허하다. 영재는 무섭고 세진은 멍청하다. 영화에서 화영이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시간은, 미정과 함께 있을때뿐이다. 둘이서 데이트하고, 화장을 하고 사진을 찍고, 그 순간마저 미정은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화영을 이용하지만, 그래도 화영은 행복해한다. 

어제 새벽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해, 티비만 뒤적이다 우연히 예전에 들었던 고등어 애니메이션이 생각이나 보게 되었다. 파닥파닥이라고 생각보다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독립애니메이션. 고등어의 수족관 탈출기인데, 포스터가 너무 반전이라 보고 난 뒤 제 기분은 처참 그 자체였다.

 

누가봐도 발랄한 가족영화 느낌의 포스터, 포스터만 믿고 아이와 함께 보지말자. 트라우마에 빠질 수 있다. 영화평 역시 많은 이들이 당분간 회는 먹지도, 쳐다도 못 보겠다고. 영화 포스터로 반전을 주는 최초의 영화이지 싶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바다 출신 고등어의 횟집 탈출이 시작된다!

 

자유롭게 바다 속을 가르던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 남은 `올드 넙치`. 그는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양어장 출신의 다른 물고기들의 신망을 받는 권력자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파닥파닥`으로 인해 수족관의 평화(?)는 깨지고, `올드 넙치`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바다를 향한 고등어 `파닥파닥`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영화는 고등어의 눈물겨운 탈출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중간중간 나오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뮤지컬적인 요소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수족관으로 한정되어 있는 영화의 배경을 잊게 해준다. 작은 수족관과 7마리의 생선이 전부인 이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의 비중은 크지만 작다. 그리고 잔혹하리 만큼 생선들의 시점에서 연출은 일어난다. 작은 수족관에 가득 채워지는 물고기들은 하나같이 눈에 초점이 없고, 이 작은 수족관에서도 양어장과 바다, 두 출신의 차이는 극명하게 일어난다.

 

자유를 찾아 해메는 고등어. 그리고 친구를 지키기 위한 넙치

 

배수구 밑에 숨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올드넙치, 밤마다 수수께끼를 내고 서로의 꼬리를 뜯어먹으며 굶주림을 이겨내는 수족관 동료들.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고등어와, 고등어를 말리려 하는 넙치 두 마리간의 갈등이 주된 전개요소이다. 사실 넙치가 이러는되에는 다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는 영화의 결말에 가서 큰 비중을 준다.

 

수족관 동료들, 그리고 인간여자와 아이.

 

영화에서는 스쳐지나가는 인물이 없다. 모두 잠깐 나와 사라지지만, 극중전개에 큰 역할을 한다. 만약 하이힐 신은 여자가 놀래미를 잡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고등어를 어항에 넣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야기의 전개가 극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말 아무일 없이 허탈하게 끝날지도 모른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파닥파닥은 어린이를 위한 가족영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다.

수족관에서 겨우 숨만쉬는 물고기들은, 보는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모습은 투영하게 한다. 출신의 차이부터, 보이지 않는 벽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는 고등어로 하여금 우리는 자연스레 우리내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부딪혀 좌절감을 느끼고, 몸은 회쳐지고 내장은 버려지고, 겨우 입만 뻐끔거리며 살려달라 외치는 물고기들을 보며, 너무나도 처절한 현실을 맛보게 된다. 그래서 재밌다. 빠져들게 만들고 탄식하게 만든다. 정말 재밌는 애니메이션을 보았지만 너무나도 찝찝하고 기분이 더럽다. 해피엔딩이라는 감독의 말은, 처음볼때 이해되지 않지만, 다시한번 더 천천히 살펴보게 되면 이해가 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는 베드엔딩 그 자체이다. 영화의 반전은 포스터 하나로 끝이다. 그 이상의 반전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추천하고 싶다. 너무나도 절박하고 처참하고 지긋지긋한 영화이지만, 현실에 지친이들에게 꼭 한번은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오늘은 간만에 옛날 영화한편 찾아보았습니다. '거칠마루'

독립영화나 B급감성을 좋아하는 저에게 거칠마루는 생각보다 괜찮은 수작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감성을 제외하면, 스토리나 시놉시스, 연출부분에서 독립영화만이 가지는 투박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죠.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무협사이트 '무림지존'의 전설적인 유저 '거칠마루'

그리고 그와 한판 붙고싶은 7명의 유저와 무술의 길에 대한 고뇌를 가진 '청바지'

그들이 보여주는 강원도 산골 피튀기는 혈투한판입니다. 거칠마루는 무림지존사이트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받던 유저이지만, 글이 아닌 실전에서 그의 실력을 보고싶어하는 많은이들때문에 요즘 말하는 '현피'를 수락하게 됩니다. 실제로 대련해보고자 하는 이들중에서 거칠마루에게 선택받은 이들은 약속된 날 강원도 산골로 떠나게 됩니다.



-스포포함입니다. 스포일러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로가주세요.-


수차례의 혈투끝에, 청바지는 살인미소에게 모든 목걸이를 빼앗게 됩니다.

(목걸이는 거칠마루가 준 증표로, 이들 8개를 모두 모아온 사람과 대련을 하겠다고 처음에 공표하죠.)


사실, 청바지는 거칠마루와의 대전보다, 여러 유저와의 대결속에서 자신이 고뇌하던 무술의 길에대한 해답을 찾는 모습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속에서 정진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처음과는 다른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그의 처지는, 무술이 아닌 자신의 꿈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사는 현대의 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꿈을 접고 현실을 택하지만, 그중에는 꿈을 위해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꿈을 위해 걷는 길이, 어느순간 현실이 되고, 현실이 되는 순간부터 내가 생각한 길이 아니란 생각도 들겠죠. 결과는 보이지 않고 정체되어있다 느낄때 주위에서 현실의 어려움을 얘기하면 어느샌가 뒤쳐져있다는 생각도 들겠죠. 


모든 대결이 마친 후 8개의 목걸이를 모았을때 청바지는 경찰관으로부터 한장의 편지를 받습니다. 이는 거칠마루가 새로운 거칠마루에게 보낸 편지이며, 그 속에는 이 영화의 큰 주제가 담겨있습니다. 최강, 최고의 무술은 없다. 다만 상황에 맞추어 유리한 무술만이 존재하고 고수가 있을뿐이라는 말. 목걸이 뒷편에 담긴 패스워드 youbest는 청바지에게 고민하자말라는 메세지일지도 모릅니다.


"정답은 없다. 지금의 너는 최고다. 최고가 가는길에 대해 고민하지 마라. 모든것은 상황에 따라 다를뿐이다."


그 뒤 도장을 떠난 청바지가 계속해서 무술에 정진하며 최고의대해 고민을 하는지, 아니면 거칠마루에 뜻에따라 또 새로운 거칠마루를 찾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거칠마루라는 아이디를 입력하는 청바지의 눈빛은 처음과는 분명 달라보였습니다.


- 단순한 킬링타임용 영화일수도, 아니면 고민을 덜어주는 친구일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흥미용으로 봤지만, 결말을 보고난 뒤 무언가가 남은것이 사실입니다. 뭐라 설명은 못하지만, 무술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고 조금은 현실과는 맞지않는 부분들이 있지만, 적어도 청바지에게 느낀 연민은 우리네 그것들과 같았습니다. 간만에 부답스럽지 않은 그리고 적당한 메세지를 갖춘 가벼운 영화 잘봤습니다.

  1. 소액결제현금화 2018.10.17 09:43

    잘보고 가요^^


내 고등학교 시절 우리 반 유니폼은 에인트호번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수능을 준비하며 지쳐가던 친구들이 어느 날 시체처럼 학교를 와 나에게 얘기했다. 축구봤냐고, 박지성 봤냐고.

그 당시 스포츠에 관심 1도 없던 나는 무슨 얘긴질 몰랐다. 그리고 그 날 어떤 역사가 쓰였는지.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박지성이 쏘아 올린 빅클럽 이적행의 불씨를. 그 날 이후 우리 반 유니폼은 에인트호벤이 되었고, 공 좀 찬다는 녀석들은 모두 등 뒤에 J.S PARK를 새기고 다녔다.

옆 반과의 축구경기에서는 박지성이 20명이 뛰는 웃지 못할 광경도 있었다. 남은 2명은 이운재 아니면 김병지였다. 아직 박지성이라는 축구선수에 대해 잘 모르던 나는, 대학에 가서야 이 여드름투성이 선수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피파온라인이었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내가 피시방을 가던 이유 2가지.

바로 스페셜포스와 피파온라인이었다. 처음으로 온라인 매치를 가지는 축구게임에 나는 열광했고, 인천유나이티드를 시작으로 레벨을 올리며 모나코로 넘어가 박주영을 데리고 빅클럽으로 옮겼다.

월드투어를 통해 내 손가락에 좌절했고, 친구의 도움으로 연패를 끊기도 했다. 그렇게 게임을 하며 축구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게임으로 시작된 관심은 자연스레 실제 축구로 이어졌고, 

내가 움직이던 선수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현지 축구 중계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주었다. 대망의 2006년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프랑스전에서 동점 골을 넣은 박지성은 대단히 큰 여운을 주었고,

실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라고 칭하겠다. 맨유의 경기를 보며 곧잘 뛰어다니는 이 한국인 선수는 절대 외국인 선수에게 밀리지 않았다. 토고전의 아데바요르와 이천수, 안정환의 동점골과 역전골은, 내가 본 경기중

스페인전 다음으로 재밌는 경기였고, 아데바요르란 선수 때문에 아스날을 알게 되었다. 아스날을 알게 되고 벵거감독을 알게 되면서 아스날의 축구철학에 매료되어, 한동안 내 피파온라인은 아스날이었다. 그리고 맨유와 AC밀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난 카카를 알게 되었고 게임을 할 때 내가 고르던 팀은 아스날아니면 AC밀란이었다.


군대에서 접했던 K리그.


피파온라인2가 나올 때쯤 난 군대를 가게 되었고, 한 달에 한 번 있던 문화생활을 통해 난 K리그를 접하게 되었다. 게임을 통한 축구입문자라, 게임상 엘리트로 나오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서는 줄줄 알면서 국내 리그의 선수들은 몰랐다. 

K리그에는 단 1도 관심이 없던 나여서 간만의 외출에 설레던 내 마음은 축구경기직관이라는 단어에 급격히 식었다. 별 기대 없이 2시간만 앉아있다 와야지 생각하며 갔던 사직 아시아드. 하지만 내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실제로 보는 K리그는 티비로 보던 지루한 그 경기가 아니었다.

현장감이 느껴져서인지, 아니면 비가 오는 그 와중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내던 20여 명의 서포터즈때문인지, 괜스레 나까지 고조되어 결국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도화성 선수의 이름을 소리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묵묵히 뛰던 그 선수에게 2006년의 박지성을 보았고, 그렇게 전역할 때까지 축구경기 관람은 내 차지였다.

물론 다른 문화생활은 후임들에게 양보했다. 사실 선임들도 축구에 관심이 없었기에, 축구경기직관은 곧잘 내 차지가 되곤 했다. 영내 체육대회를 치르기 위해 유니폼을 맞출 때에도, 생활반장의 베컴사랑으로 인한 LA갤럭시와 부생활반장의 첼시사이에서 당당히 부산아이파크를 요구했다 기합받았다. 그리고 유일한 왼발잡이였기에, 체육대회 내내 수비만 하는 불상사는 피했다.


AC밀란의 세대교체. 


2009년도 전역 후 그 누구보다 축구에 빠지게 되어, 늘 해외축구를 찾아봤고, 세리에 경기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지냈다. 왠지 모르게 AC밀란이라는 팀에 빠져들었고, 호나우두, 베컴, 호나우딩요, 호빙요, 카사노등 당대 유명스타들도 잠깐씩 몸을 담았다. 기존의 세드로프, 피를로, 가투소 그리고 암브로시니와 플라미니는 늘 나의 게임상 베스트였고,

카카때문에 좋아한 AC밀란이지만, 카카는 없었다. 인자기와 네스타를 좋아했고, 잠브로타와 디다는 방에 포스터까지 걸려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로쏘네리 사랑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영원한 태양은 없다고 하던가. AC밀란의 점점 실망스러운 행보는 축구에 대한 나의 관심마저 앗아갔다. 부활한 유벤투스의 막강함 때문인지, 세리에 경기 자체가 재미가 없었고, 프리미어리그로 눈을 돌려보았지만, 박지성의 기량저하는 안타까움만 자아냈다. 

즐라탄으로도 막지 못한 AC밀란의 몰락과 위태로울 만큼 위태로웠던 박지성의 무릎은 축구에 대한 나의 관심을 확 꺼트렸다.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은 박지성 이상의 임팩트가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함부르크의 신성 손흥민, 레버쿠젠과 토트넘까지.


꺼져가던 관심을 살린 건 얼마 전 보았던 토트넘 하이라이트였다. 거기서 난 업그레이드된 손흥민을 보았다. 단순한 공격수치가 아닌, 박지성이 골을 잡았을 때 느꼈던 기대감을 손흥민에게도 느꼈다. 함부르크의 신성이라 불리던 시절부터 레버쿠젠까지 분데스리가에서 촉망받던 유망주란 걸 알았지만, 한 번도 경기를 보지 못하다가, 얼마 전 본 토트넘 하이라이트는 나에게 다시금 축구에 관한 관심을 불려 일으켰다.

이동국이 미들즈브러나 설기현, 이천수 그리고 안정환까지. 수준급 공격수는 있었지만, 세계의 벽을 허물진 못했다. 박지성은 윙으로, 기성용은 중미로, 하지만 손흥민은 다르다. 언제나 우리나라에 붙던 공격수 부재라는 단어를 잊게 해줄 선수일 수도 있다.

국대만 오면 힘을 못 쓰지만, 내가 기대하는 건 그 이상이다. 박지성을 보고자란 아이들이 손흥민 같은 선수가 되었듯, 그리고 차붐이 시작하고 박지성이 연결한 빅리그 진출이라는 길을 손흥민이 넓히는 만큼, 더 많은 인재가 나올 거라는 기대이다. 늘 답답한 뉴스만 보다 손흥민이 들려주는 골 뉴스는, 그 어느 탄산보다도 상쾌함을 준다. 

내가 배우 김주혁 님을 알게 된 건 고3 수능 끝나고 개봉한 `광식이 동생 광태`를 통해서입니다. 물론 배우 김주혁 님이 누군지 몰랐고, 배우 봉태규라는 이름에 영화를 봤죠. 그리고 어딘가 친근한 모습의 배우 김주혁 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리숙한 광식이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한 배우. 그 뒤로 김주혁 님의 이미지는 나에게 늘 광식이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를 만난 건 방자전입니다. 사실 영화보다 떡잎에 관심이 있어 본 영화지만, 방자로 나온 김주혁 님의 모습에선 광식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바보가 된 춘향을 지키는 방자만이 있었습니다.



비밀은 없다는 것에 서의 김주혁 님에게선 방자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죠. 출세를 위해 가족마저 버리는, 그런 정치인만이 있었습니다. 



배우 김주혁 님의 떠남이 아쉬운 건, 어떤 영화에 나오더라도, 정말로 근처에 있을법한 그런 친근한 모습 때문입니다. 광식이의 어리숙함도, 방자의 순애보도, 그리고 종찬(비밀은 없다.)의 비정함도. 꼭 있을법한 느낌의 극 중 역할을 정말로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배우라서입니다. 조금의 보탬이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는 배우 김주혁 님. 



유작이 된 드라마 `아르곤`에서 사실 주의자로 나왔던 그의 모습이 어쩌면 현시대 상에서 원하는 그런 인물의 모습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려 우리네 가슴이 더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으로 수상자의 영예를 안겨준 공조에서의 악역까지도. 하지만 그의 본 모습은 오히려 예능에서 더 잘 보았던 것 같습니다.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주혁 님. 어쩌면 그의 본 모습은 1박 2일에서 보여준, 털털한 동네 형일지도 모릅니다. 대표와의 에피소드를 보면 알듯, 의리 있고 순한, 그러나 장난치기 좋아하고 또 때로는 귀찮아하는, 흔한 옆집 형의 모습 말이죠.



사실 유명연예인의 비보를 접하고, 이렇게 따로 글을 남기진 않지만, 김주혁 님의 비보는 예전 고 채동하 님의 비보만큼이나 가슴이 시리네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이런 가슴 아픈 비보를 접하지 않길 바라며 마칩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젠 아프지 말고 병환없는곳에서 편히 쉬세요.

미친놈과 천재, 그 사이 어딘가쯤 위치한 프랭크와 열등감을 이기지 못한 돈, 그리고 찌질한 존의 이야기.


간만의 여유를 집에서 영화를 보며 보냈습니다. 최신영화가 아닌, 예전부터 꼭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프랭크`를 보았죠. 비긴어게인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프랭크. 사실 비긴어게인이 애덤의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프랭크 역시 비긴어게인에 못지않은 작품성을 갖추었습니다. 비긴어게인이 밝은 느낌의 영화라면 프랭크는 조금 더 어두운, 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죠.


동화에서 현실로, 현실은 늘 아프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직장인 존이 우연한 계기로 프랭크와 친구들이 있는 밴드에 합류해, 프랭크의 천재성을 따라가는 이야기죠. 거기에는 SNS와 각종 인간군상의 모습이 담기지만, 영화 자체는 그리 무겁지 않습니다. 조금 쓸쓸한 분위기에 B급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평범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다 보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유쾌하기도 합니다.




아일랜드에서 프랭크의 천재성을 닮고 싶은 존과 그런 그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는 돈, 그리고 프랭크의 맹신자인 클라라까지. 그들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영화중반부로 넘어가며 하나의 색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환상에서 머물기를 택한 돈 때문에 그 색은 오래가지 못하죠.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한 여정을 다룬 후반부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가면이 박살 나며 현실에 맨몸으로 남겨진 프랭크와 그의 친구들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길이 음악을 하려는 길이 아닌, SNS가 만들어낸 신기루였으며, 신기루의 끝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존 자신이 쫓던 것이 신기루였다는 모습은 영화 마지막 다시 밴드가 뭉치는 모습에서도 보이죠. 울며 노래를 부르는 프랭크, 그리고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클라라 하지만 그 자리에 존은 없습니다. 특별한 밴드에 평범함을 전염시키며 자신이 특별해지길 바랐던 존. 어쩌면 우리 모습과도 같을지 모릅니다. 나보다 특별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어쩌면 그들 역시 나처럼 평범해지길 바라는 모습 말이죠.


특별함과 평범함. 


제가 느낀 프랭크는 딱 한 문장입니다. "특별한 미친놈과 평범한 찌질이는 결코 같을 수 없다." 프랭크에 온갖 프레임을 씌워 자신만의 상상으로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존. 그 환상이 깨지고 평범한 프랭크를 마주했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영화 마지막 보여주던 그 뒷모습은 무얼 말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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