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나오지만, 10대를 위한게 아닌, 10대에 의한 청소년 영화 박화영.

처음 이 영화를 알게된 건 TV속 영화추천 프로그램이었다. 평소 학교물의 영화를 좋아해 바람이나, 통 메모리즈같은 영화를 생각하며 접했는데, 한번 본 뒤 다시한번 더 재생하게 만든 영화였다. 똥파리에서 열연을 보여주었던 이환 감독. 그는 연기에서 처럼 불량학생들의 심리적 정서상태를 파악하는 그런 능력이 있는듯하다. 영화는 시종일관 더럽다. 정말 더럽다. 대사부터 행동까지. 그들은 담배를 숨쉬듯 피고 연신 침을 뱉으며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비속어가 90%다. 



가족이 있지만 가족이 없는 박화영. 그녀는 친구들에게 엄마라 불리길 원한다. 혼자 지내는 집에서 여러 친구들과 지내지만, 실상은 친구들을 보살펴주는 가정부노릇이다. 늘 드세고 강하기만 보이는 그녀도 친구 미정과 영재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어느 날 가출한 세진이 집에 들어오며, 그들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그리고 박화영의 심리적 상태변화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다.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뻔 봤나?"


박화영이 가장 많이 하는말이다. 사실 이 대사가 늘 웃으며 하지만, 보는내내 정말 고독한 느낌이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듯한 대사. 친구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상황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외로워 버림받기 싫어 애걸하는 대사인지. 엄마마저 자신을 버린 상황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외치는 이 한마디. 그래서인지 친구들에게 늘 엄마라 부르길 강요하고, 누군가 그에 반대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엄마라며, 이거 어떡할거야!!"


박화영이 친구 미정에게 가장 많이 듣는말이다. 연예인 지망생인 미정에게 화영은 늘 자신의 뒤를 봐주는 정말 엄마같은 존재다. 그래서인지 늘 화영에게 부탁하고 매달린다. 그리고 미정에게 한없이 약한 화영은 늘 이용당한다. 이런관계는 미정만이 아니다. 그 주위의 친구들이나 우두머리인 영재 역시 화영을 이용하기 위해 근처를 머문다. 이는 극중 영재의 대사로도 알수있다.


"집 있어서 놀아줬더니, 우리가 친구로 보여?"


그들에게 있어 화영의 존재의미는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그저 집있는 사람. 그리고 그 집이라는 이용가치가 떨어졌을때 영재의 폭력은 화영에게로 간다. 극중 마지막에 미정과 화영이 세운 모종의 계획이 실패하고, 미정대신 화영이 몹쓸짓을 당해도, 마지막의 마지막은 결국 화영이 책임을 진다. 미정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영재의 폭력으로 죽은 사람을 두고 영재는 화영에게 말한다. "엄마라고 부르라며, 엄마는 원래 이런거 다 책임지는거야." 그런 영재의 말에 화영은 미정을 보며 괜찮다는 듯 웃으며 집에 가라고 말한다. 미정을 위해 영재의 폭력을 견디고, 그녀를 못마땅하게 만드는 무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가 돈을 달라고 악을써도 화영은 괜찮았다. 그렇게 살아갈 의미를 만들었으니, 미정과 영재대신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을 가도 괜찮았다. 그래도 미정에게 자신은 늘 엄마이기 때문에, 하지만 영화 마지막 오랜만에 만난 미정은 화영이 생각하던 미정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화영은 그저 오래전 친했던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살아가기 위해 또 다른 이의 엄마가 되는 화영


화영은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었다. 늘 욕을하며 자신을 버린 엄마를 미워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엄마의 습관을 그대로 따라하고, 누군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깍아내리면 불같이 화를낸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늘 오물을 뒤집어쓴다. 그리고 늘 확인한다. 마지막 미정에게 존재가치를 버림받은 화영은 또 다른 이들에게 이용당하기 위해 다가간다. 이용당하는걸 알지만, 그래도 외롭지 않기위해.


영화 속 10대의 모습. 현실적이어서 더 무섭다.


영화 속 판타지이지만, 어쩌면 현실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속 그들에게 섹스는 놀이이자 돈벌이이며, 욕은 일상언어이다. 밥대신 라면이 주식이고, 누구든 이용가치만 있으면 친구가 된다. 다른영화 속 10대의 주된 스토리가 서열정리라면 영화 박화영은 폭력이다. 육체적 폭력만이 아닌, 정서적인 폭력까지 함께 들어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어른들 역시 결핍된 사람들이었다. "밥 잘먹고 잘살어." 딸을 버리며 내뱉는 대사라고 하기엔, 너무 슬프다. 어른보다 더 계산적으로 친구를 사귀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그 즉시 장난감으로 취급해버리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 이 영화는 슬프다. 화영은 외롭고 미정은 공허하다. 영재는 무섭고 세진은 멍청하다. 영화에서 화영이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시간은, 미정과 함께 있을때뿐이다. 둘이서 데이트하고, 화장을 하고 사진을 찍고, 그 순간마저 미정은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화영을 이용하지만, 그래도 화영은 행복해한다.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