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노래중에 이루펀트의 키덜트라는 곡이 있다.

"나이가 들어 놀이를 멈춘게 아니야. 놀이를 멈춘 후 나이 들어가."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된다는건 어떤의미일까. 

어른과 아이의 경계선에 있던 내 20대는 내가 잃어버린 동심의 대한 그리움으로 굉장히 공허하고 우울했다.

현실을 알게되고, 철이 든다는게 꼭 낭만을 잃어버리라는 법은 없다. 왜 어른은 내가 가진 낭만과 동심을 버려야만 되는걸까.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내 길을 간다고 하면 아직 뭘 몰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거라고 하면 아직 안힘들어봤다며 비아냥 거리는 많은 어른들. 그런 어른들에게 꼭 이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다.


"지금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보면, 가장 중요한 일을 하게되지."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리고 주인공인 '어른'로빈은 무언갈 하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과의 약속마저도 회사 서류뭉치에 밀린다. 원하는걸 가지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정작 그 원하는게 무엇인지 모른다.

그런 그에게 어릴 적 동심 가득했던 푸가 찾아온다. 


"오늘은 무슨 날이야?"

"오늘이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날이네"


극중 마지막 푸와 로빈의 대화다. 그리고 가장 내 기억에 남은 대사이기도 하다. 왜 보이지 않는 내일을 위해 당연한 걸 포기하고 살아야 했나. 그저 오늘을 오늘같이 오늘처럼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 오늘을 위해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힘들게 사는일이 많아야만 했나. 



"이젠 길을 잃지마. 크리스토퍼"


길을 잃었다는 로빈에게 그래서 내가 널 찾아왔잖아라며 대답하는 푸.

기숙학교에 보내지고, 아버지를 잃고 어른이 되어가며 자신이 아버지에 되는동안 로빈이 잃은것은, 낭만과 놀이이다. 그래서인지 이요르에게 헤팔렘 소리를 듣고, 티거와 피글렛이 로빈을 자신을 못알아볼때, 어릴 적 추억 속 놀이를 통해 자신을 되찾아간다. "로빈이 다시 놀기 시작했어."라는 이요르의 말처럼, 무언갈 잃어버리고 길을 잃어 헤매던 로빈이, 어릴 적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 자신을 되찾아간다. 친구들과 함께 푸를 찾아갈때 푸는 얘기한다. 길을 잃지말라고. 

나에게 그 길은, 동심과 낭만을 가진 오늘을 행복하게 보낼 줄 아는 나 자신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행복한 일이 많은 우리친구 푸. 


나에게도 오늘이 세상 제일 행복했던 길을 잃지 않았던 내가 있었다.


영화는 보는내내, 내 어릴 적 행복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리고 일요일 오전 8시에 날 찾아오던 곰돌이 푸도 함께 말이다.

로빈처럼 나도 자라오며 책임에 대해 배웠다. 그리고 알게모르게 조금씩 가져온 그 책임은 날 더이상 아이처럼 꿈꾸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전쟁을 경험하고 사랑하는 에블린을 만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딸 메들린을 만나기 까지 로빈의 책임속에 들어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회사 효율팀의 직원들, 직장상사, 딸, 아내 그러나 정작 그 속에 자기자신은 없었다. 그래서 길을 잃었다. 왜 내가 사는 오늘속에 나는 없을까. 그리고 그 책임은 왜 나를 꿈꾸게 만들지 못할까.

꿈을 잡아먹는 헤팔럼의 모습은 어쩌면 꿈을 잃고, 아이들의 꿈을 막는 어른들이 아니었을까.


영화 곰돌이 푸는 다시 만나서 행복한 영화다. 다시 만나 그 시절 꿈꾸던 나를 생각나게 해주었고, 영화는 보는 만큼이라도 나를 책임 져야할 어른이 아닌, 꿈 꾸기만 해도 행복한 그때의 아이로 만들어 주었다.

10대가 나오지만, 10대를 위한게 아닌, 10대에 의한 청소년 영화 박화영.

처음 이 영화를 알게된 건 TV속 영화추천 프로그램이었다. 평소 학교물의 영화를 좋아해 바람이나, 통 메모리즈같은 영화를 생각하며 접했는데, 한번 본 뒤 다시한번 더 재생하게 만든 영화였다. 똥파리에서 열연을 보여주었던 이환 감독. 그는 연기에서 처럼 불량학생들의 심리적 정서상태를 파악하는 그런 능력이 있는듯하다. 영화는 시종일관 더럽다. 정말 더럽다. 대사부터 행동까지. 그들은 담배를 숨쉬듯 피고 연신 침을 뱉으며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비속어가 90%다. 



가족이 있지만 가족이 없는 박화영. 그녀는 친구들에게 엄마라 불리길 원한다. 혼자 지내는 집에서 여러 친구들과 지내지만, 실상은 친구들을 보살펴주는 가정부노릇이다. 늘 드세고 강하기만 보이는 그녀도 친구 미정과 영재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어느 날 가출한 세진이 집에 들어오며, 그들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그리고 박화영의 심리적 상태변화가 영화의 주된 줄거리이다.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뻔 봤나?"


박화영이 가장 많이 하는말이다. 사실 이 대사가 늘 웃으며 하지만, 보는내내 정말 고독한 느낌이었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듯한 대사. 친구들에게 이용만 당하는 상황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외로워 버림받기 싫어 애걸하는 대사인지. 엄마마저 자신을 버린 상황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외치는 이 한마디. 그래서인지 친구들에게 늘 엄마라 부르길 강요하고, 누군가 그에 반대하면 불같이 화를 낸다.


"엄마라며, 이거 어떡할거야!!"


박화영이 친구 미정에게 가장 많이 듣는말이다. 연예인 지망생인 미정에게 화영은 늘 자신의 뒤를 봐주는 정말 엄마같은 존재다. 그래서인지 늘 화영에게 부탁하고 매달린다. 그리고 미정에게 한없이 약한 화영은 늘 이용당한다. 이런관계는 미정만이 아니다. 그 주위의 친구들이나 우두머리인 영재 역시 화영을 이용하기 위해 근처를 머문다. 이는 극중 영재의 대사로도 알수있다.


"집 있어서 놀아줬더니, 우리가 친구로 보여?"


그들에게 있어 화영의 존재의미는 이 한마디로 설명된다. 그저 집있는 사람. 그리고 그 집이라는 이용가치가 떨어졌을때 영재의 폭력은 화영에게로 간다. 극중 마지막에 미정과 화영이 세운 모종의 계획이 실패하고, 미정대신 화영이 몹쓸짓을 당해도, 마지막의 마지막은 결국 화영이 책임을 진다. 미정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영재의 폭력으로 죽은 사람을 두고 영재는 화영에게 말한다. "엄마라고 부르라며, 엄마는 원래 이런거 다 책임지는거야." 그런 영재의 말에 화영은 미정을 보며 괜찮다는 듯 웃으며 집에 가라고 말한다. 미정을 위해 영재의 폭력을 견디고, 그녀를 못마땅하게 만드는 무리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자신을 버린 엄마를 찾아가 돈을 달라고 악을써도 화영은 괜찮았다. 그렇게 살아갈 의미를 만들었으니, 미정과 영재대신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을 가도 괜찮았다. 그래도 미정에게 자신은 늘 엄마이기 때문에, 하지만 영화 마지막 오랜만에 만난 미정은 화영이 생각하던 미정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화영은 그저 오래전 친했던 친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살아가기 위해 또 다른 이의 엄마가 되는 화영


화영은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었다. 늘 욕을하며 자신을 버린 엄마를 미워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엄마의 습관을 그대로 따라하고, 누군가 자신의 존재가치를 깍아내리면 불같이 화를낸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늘 오물을 뒤집어쓴다. 그리고 늘 확인한다. 마지막 미정에게 존재가치를 버림받은 화영은 또 다른 이들에게 이용당하기 위해 다가간다. 이용당하는걸 알지만, 그래도 외롭지 않기위해.


영화 속 10대의 모습. 현실적이어서 더 무섭다.


영화 속 판타지이지만, 어쩌면 현실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속 그들에게 섹스는 놀이이자 돈벌이이며, 욕은 일상언어이다. 밥대신 라면이 주식이고, 누구든 이용가치만 있으면 친구가 된다. 다른영화 속 10대의 주된 스토리가 서열정리라면 영화 박화영은 폭력이다. 육체적 폭력만이 아닌, 정서적인 폭력까지 함께 들어있다.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어른들 역시 결핍된 사람들이었다. "밥 잘먹고 잘살어." 딸을 버리며 내뱉는 대사라고 하기엔, 너무 슬프다. 어른보다 더 계산적으로 친구를 사귀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그 즉시 장난감으로 취급해버리는 영화 속 등장인물들. 이 영화는 슬프다. 화영은 외롭고 미정은 공허하다. 영재는 무섭고 세진은 멍청하다. 영화에서 화영이 진심으로 행복해하는 시간은, 미정과 함께 있을때뿐이다. 둘이서 데이트하고, 화장을 하고 사진을 찍고, 그 순간마저 미정은 자신을 돋보이기 위해 화영을 이용하지만, 그래도 화영은 행복해한다. 

어제 새벽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해, 티비만 뒤적이다 우연히 예전에 들었던 고등어 애니메이션이 생각이나 보게 되었다. 파닥파닥이라고 생각보다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독립애니메이션. 고등어의 수족관 탈출기인데, 포스터가 너무 반전이라 보고 난 뒤 제 기분은 처참 그 자체였다.

 

누가봐도 발랄한 가족영화 느낌의 포스터, 포스터만 믿고 아이와 함께 보지말자. 트라우마에 빠질 수 있다. 영화평 역시 많은 이들이 당분간 회는 먹지도, 쳐다도 못 보겠다고. 영화 포스터로 반전을 주는 최초의 영화이지 싶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바다 출신 고등어의 횟집 탈출이 시작된다!

 

자유롭게 바다 속을 가르던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 남은 `올드 넙치`. 그는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양어장 출신의 다른 물고기들의 신망을 받는 권력자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파닥파닥`으로 인해 수족관의 평화(?)는 깨지고, `올드 넙치`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바다를 향한 고등어 `파닥파닥`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영화는 고등어의 눈물겨운 탈출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중간중간 나오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뮤지컬적인 요소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수족관으로 한정되어 있는 영화의 배경을 잊게 해준다. 작은 수족관과 7마리의 생선이 전부인 이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의 비중은 크지만 작다. 그리고 잔혹하리 만큼 생선들의 시점에서 연출은 일어난다. 작은 수족관에 가득 채워지는 물고기들은 하나같이 눈에 초점이 없고, 이 작은 수족관에서도 양어장과 바다, 두 출신의 차이는 극명하게 일어난다.

 

자유를 찾아 해메는 고등어. 그리고 친구를 지키기 위한 넙치

 

배수구 밑에 숨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올드넙치, 밤마다 수수께끼를 내고 서로의 꼬리를 뜯어먹으며 굶주림을 이겨내는 수족관 동료들.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고등어와, 고등어를 말리려 하는 넙치 두 마리간의 갈등이 주된 전개요소이다. 사실 넙치가 이러는되에는 다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는 영화의 결말에 가서 큰 비중을 준다.

 

수족관 동료들, 그리고 인간여자와 아이.

 

영화에서는 스쳐지나가는 인물이 없다. 모두 잠깐 나와 사라지지만, 극중전개에 큰 역할을 한다. 만약 하이힐 신은 여자가 놀래미를 잡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고등어를 어항에 넣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야기의 전개가 극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말 아무일 없이 허탈하게 끝날지도 모른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파닥파닥은 어린이를 위한 가족영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다.

수족관에서 겨우 숨만쉬는 물고기들은, 보는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모습은 투영하게 한다. 출신의 차이부터, 보이지 않는 벽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는 고등어로 하여금 우리는 자연스레 우리내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부딪혀 좌절감을 느끼고, 몸은 회쳐지고 내장은 버려지고, 겨우 입만 뻐끔거리며 살려달라 외치는 물고기들을 보며, 너무나도 처절한 현실을 맛보게 된다. 그래서 재밌다. 빠져들게 만들고 탄식하게 만든다. 정말 재밌는 애니메이션을 보았지만 너무나도 찝찝하고 기분이 더럽다. 해피엔딩이라는 감독의 말은, 처음볼때 이해되지 않지만, 다시한번 더 천천히 살펴보게 되면 이해가 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는 베드엔딩 그 자체이다. 영화의 반전은 포스터 하나로 끝이다. 그 이상의 반전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추천하고 싶다. 너무나도 절박하고 처참하고 지긋지긋한 영화이지만, 현실에 지친이들에게 꼭 한번은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오늘은 간만에 옛날 영화한편 찾아보았습니다. '거칠마루'

독립영화나 B급감성을 좋아하는 저에게 거칠마루는 생각보다 괜찮은 수작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감성을 제외하면, 스토리나 시놉시스, 연출부분에서 독립영화만이 가지는 투박함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죠.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무협사이트 '무림지존'의 전설적인 유저 '거칠마루'

그리고 그와 한판 붙고싶은 7명의 유저와 무술의 길에 대한 고뇌를 가진 '청바지'

그들이 보여주는 강원도 산골 피튀기는 혈투한판입니다. 거칠마루는 무림지존사이트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받던 유저이지만, 글이 아닌 실전에서 그의 실력을 보고싶어하는 많은이들때문에 요즘 말하는 '현피'를 수락하게 됩니다. 실제로 대련해보고자 하는 이들중에서 거칠마루에게 선택받은 이들은 약속된 날 강원도 산골로 떠나게 됩니다.



-스포포함입니다. 스포일러 싫어하시는 분들은 뒤로가주세요.-


수차례의 혈투끝에, 청바지는 살인미소에게 모든 목걸이를 빼앗게 됩니다.

(목걸이는 거칠마루가 준 증표로, 이들 8개를 모두 모아온 사람과 대련을 하겠다고 처음에 공표하죠.)


사실, 청바지는 거칠마루와의 대전보다, 여러 유저와의 대결속에서 자신이 고뇌하던 무술의 길에대한 해답을 찾는 모습이 더 기억에 남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속에서 정진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처음과는 다른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는 그의 처지는, 무술이 아닌 자신의 꿈을 가슴속에 묻어두고 사는 현대의 이들을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꿈을 접고 현실을 택하지만, 그중에는 꿈을 위해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꿈을 위해 걷는 길이, 어느순간 현실이 되고, 현실이 되는 순간부터 내가 생각한 길이 아니란 생각도 들겠죠. 결과는 보이지 않고 정체되어있다 느낄때 주위에서 현실의 어려움을 얘기하면 어느샌가 뒤쳐져있다는 생각도 들겠죠. 


모든 대결이 마친 후 8개의 목걸이를 모았을때 청바지는 경찰관으로부터 한장의 편지를 받습니다. 이는 거칠마루가 새로운 거칠마루에게 보낸 편지이며, 그 속에는 이 영화의 큰 주제가 담겨있습니다. 최강, 최고의 무술은 없다. 다만 상황에 맞추어 유리한 무술만이 존재하고 고수가 있을뿐이라는 말. 목걸이 뒷편에 담긴 패스워드 youbest는 청바지에게 고민하자말라는 메세지일지도 모릅니다.


"정답은 없다. 지금의 너는 최고다. 최고가 가는길에 대해 고민하지 마라. 모든것은 상황에 따라 다를뿐이다."


그 뒤 도장을 떠난 청바지가 계속해서 무술에 정진하며 최고의대해 고민을 하는지, 아니면 거칠마루에 뜻에따라 또 새로운 거칠마루를 찾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거칠마루라는 아이디를 입력하는 청바지의 눈빛은 처음과는 분명 달라보였습니다.


- 단순한 킬링타임용 영화일수도, 아니면 고민을 덜어주는 친구일수도 있는 영화입니다.-


흥미용으로 봤지만, 결말을 보고난 뒤 무언가가 남은것이 사실입니다. 뭐라 설명은 못하지만, 무술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고 조금은 현실과는 맞지않는 부분들이 있지만, 적어도 청바지에게 느낀 연민은 우리네 그것들과 같았습니다. 간만에 부답스럽지 않은 그리고 적당한 메세지를 갖춘 가벼운 영화 잘봤습니다.

  1. 소액결제현금화 2018.10.17 09:43 신고

    잘보고 가요^^


내 고등학교 시절 우리 반 유니폼은 에인트호번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수능을 준비하며 지쳐가던 친구들이 어느 날 시체처럼 학교를 와 나에게 얘기했다. 축구봤냐고, 박지성 봤냐고.

그 당시 스포츠에 관심 1도 없던 나는 무슨 얘긴질 몰랐다. 그리고 그 날 어떤 역사가 쓰였는지.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박지성이 쏘아 올린 빅클럽 이적행의 불씨를. 그 날 이후 우리 반 유니폼은 에인트호벤이 되었고, 공 좀 찬다는 녀석들은 모두 등 뒤에 J.S PARK를 새기고 다녔다.

옆 반과의 축구경기에서는 박지성이 20명이 뛰는 웃지 못할 광경도 있었다. 남은 2명은 이운재 아니면 김병지였다. 아직 박지성이라는 축구선수에 대해 잘 모르던 나는, 대학에 가서야 이 여드름투성이 선수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피파온라인이었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무렵. 내가 피시방을 가던 이유 2가지.

바로 스페셜포스와 피파온라인이었다. 처음으로 온라인 매치를 가지는 축구게임에 나는 열광했고, 인천유나이티드를 시작으로 레벨을 올리며 모나코로 넘어가 박주영을 데리고 빅클럽으로 옮겼다.

월드투어를 통해 내 손가락에 좌절했고, 친구의 도움으로 연패를 끊기도 했다. 그렇게 게임을 하며 축구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게임으로 시작된 관심은 자연스레 실제 축구로 이어졌고, 

내가 움직이던 선수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현지 축구 중계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게 해주었다. 대망의 2006년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진 못했지만, 프랑스전에서 동점 골을 넣은 박지성은 대단히 큰 여운을 주었고,

실제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라고 칭하겠다. 맨유의 경기를 보며 곧잘 뛰어다니는 이 한국인 선수는 절대 외국인 선수에게 밀리지 않았다. 토고전의 아데바요르와 이천수, 안정환의 동점골과 역전골은, 내가 본 경기중

스페인전 다음으로 재밌는 경기였고, 아데바요르란 선수 때문에 아스날을 알게 되었다. 아스날을 알게 되고 벵거감독을 알게 되면서 아스날의 축구철학에 매료되어, 한동안 내 피파온라인은 아스날이었다. 그리고 맨유와 AC밀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난 카카를 알게 되었고 게임을 할 때 내가 고르던 팀은 아스날아니면 AC밀란이었다.


군대에서 접했던 K리그.


피파온라인2가 나올 때쯤 난 군대를 가게 되었고, 한 달에 한 번 있던 문화생활을 통해 난 K리그를 접하게 되었다. 게임을 통한 축구입문자라, 게임상 엘리트로 나오는 외국인 선수들에 대해서는 줄줄 알면서 국내 리그의 선수들은 몰랐다. 

K리그에는 단 1도 관심이 없던 나여서 간만의 외출에 설레던 내 마음은 축구경기직관이라는 단어에 급격히 식었다. 별 기대 없이 2시간만 앉아있다 와야지 생각하며 갔던 사직 아시아드. 하지만 내 생각과는 너무 달랐다. 실제로 보는 K리그는 티비로 보던 지루한 그 경기가 아니었다.

현장감이 느껴져서인지, 아니면 비가 오는 그 와중에서 열심히 목소리를 내던 20여 명의 서포터즈때문인지, 괜스레 나까지 고조되어 결국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도화성 선수의 이름을 소리치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묵묵히 뛰던 그 선수에게 2006년의 박지성을 보았고, 그렇게 전역할 때까지 축구경기 관람은 내 차지였다.

물론 다른 문화생활은 후임들에게 양보했다. 사실 선임들도 축구에 관심이 없었기에, 축구경기직관은 곧잘 내 차지가 되곤 했다. 영내 체육대회를 치르기 위해 유니폼을 맞출 때에도, 생활반장의 베컴사랑으로 인한 LA갤럭시와 부생활반장의 첼시사이에서 당당히 부산아이파크를 요구했다 기합받았다. 그리고 유일한 왼발잡이였기에, 체육대회 내내 수비만 하는 불상사는 피했다.


AC밀란의 세대교체. 


2009년도 전역 후 그 누구보다 축구에 빠지게 되어, 늘 해외축구를 찾아봤고, 세리에 경기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며 지냈다. 왠지 모르게 AC밀란이라는 팀에 빠져들었고, 호나우두, 베컴, 호나우딩요, 호빙요, 카사노등 당대 유명스타들도 잠깐씩 몸을 담았다. 기존의 세드로프, 피를로, 가투소 그리고 암브로시니와 플라미니는 늘 나의 게임상 베스트였고,

카카때문에 좋아한 AC밀란이지만, 카카는 없었다. 인자기와 네스타를 좋아했고, 잠브로타와 디다는 방에 포스터까지 걸려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로쏘네리 사랑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영원한 태양은 없다고 하던가. AC밀란의 점점 실망스러운 행보는 축구에 대한 나의 관심마저 앗아갔다. 부활한 유벤투스의 막강함 때문인지, 세리에 경기 자체가 재미가 없었고, 프리미어리그로 눈을 돌려보았지만, 박지성의 기량저하는 안타까움만 자아냈다. 

즐라탄으로도 막지 못한 AC밀란의 몰락과 위태로울 만큼 위태로웠던 박지성의 무릎은 축구에 대한 나의 관심을 확 꺼트렸다.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은 박지성 이상의 임팩트가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함부르크의 신성 손흥민, 레버쿠젠과 토트넘까지.


꺼져가던 관심을 살린 건 얼마 전 보았던 토트넘 하이라이트였다. 거기서 난 업그레이드된 손흥민을 보았다. 단순한 공격수치가 아닌, 박지성이 골을 잡았을 때 느꼈던 기대감을 손흥민에게도 느꼈다. 함부르크의 신성이라 불리던 시절부터 레버쿠젠까지 분데스리가에서 촉망받던 유망주란 걸 알았지만, 한 번도 경기를 보지 못하다가, 얼마 전 본 토트넘 하이라이트는 나에게 다시금 축구에 관한 관심을 불려 일으켰다.

이동국이 미들즈브러나 설기현, 이천수 그리고 안정환까지. 수준급 공격수는 있었지만, 세계의 벽을 허물진 못했다. 박지성은 윙으로, 기성용은 중미로, 하지만 손흥민은 다르다. 언제나 우리나라에 붙던 공격수 부재라는 단어를 잊게 해줄 선수일 수도 있다.

국대만 오면 힘을 못 쓰지만, 내가 기대하는 건 그 이상이다. 박지성을 보고자란 아이들이 손흥민 같은 선수가 되었듯, 그리고 차붐이 시작하고 박지성이 연결한 빅리그 진출이라는 길을 손흥민이 넓히는 만큼, 더 많은 인재가 나올 거라는 기대이다. 늘 답답한 뉴스만 보다 손흥민이 들려주는 골 뉴스는, 그 어느 탄산보다도 상쾌함을 준다. 

내가 배우 김주혁 님을 알게 된 건 고3 수능 끝나고 개봉한 `광식이 동생 광태`를 통해서입니다. 물론 배우 김주혁 님이 누군지 몰랐고, 배우 봉태규라는 이름에 영화를 봤죠. 그리고 어딘가 친근한 모습의 배우 김주혁 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리숙한 광식이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한 배우. 그 뒤로 김주혁 님의 이미지는 나에게 늘 광식이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를 만난 건 방자전입니다. 사실 영화보다 떡잎에 관심이 있어 본 영화지만, 방자로 나온 김주혁 님의 모습에선 광식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바보가 된 춘향을 지키는 방자만이 있었습니다.



비밀은 없다는 것에 서의 김주혁 님에게선 방자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죠. 출세를 위해 가족마저 버리는, 그런 정치인만이 있었습니다. 



배우 김주혁 님의 떠남이 아쉬운 건, 어떤 영화에 나오더라도, 정말로 근처에 있을법한 그런 친근한 모습 때문입니다. 광식이의 어리숙함도, 방자의 순애보도, 그리고 종찬(비밀은 없다.)의 비정함도. 꼭 있을법한 느낌의 극 중 역할을 정말로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배우라서입니다. 조금의 보탬이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는 배우 김주혁 님. 



유작이 된 드라마 `아르곤`에서 사실 주의자로 나왔던 그의 모습이 어쩌면 현시대 상에서 원하는 그런 인물의 모습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려 우리네 가슴이 더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으로 수상자의 영예를 안겨준 공조에서의 악역까지도. 하지만 그의 본 모습은 오히려 예능에서 더 잘 보았던 것 같습니다.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주혁 님. 어쩌면 그의 본 모습은 1박 2일에서 보여준, 털털한 동네 형일지도 모릅니다. 대표와의 에피소드를 보면 알듯, 의리 있고 순한, 그러나 장난치기 좋아하고 또 때로는 귀찮아하는, 흔한 옆집 형의 모습 말이죠.



사실 유명연예인의 비보를 접하고, 이렇게 따로 글을 남기진 않지만, 김주혁 님의 비보는 예전 고 채동하 님의 비보만큼이나 가슴이 시리네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이런 가슴 아픈 비보를 접하지 않길 바라며 마칩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젠 아프지 말고 병환없는곳에서 편히 쉬세요.

미친놈과 천재, 그 사이 어딘가쯤 위치한 프랭크와 열등감을 이기지 못한 돈, 그리고 찌질한 존의 이야기.


간만의 여유를 집에서 영화를 보며 보냈습니다. 최신영화가 아닌, 예전부터 꼭 보고 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프랭크`를 보았죠. 비긴어게인과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프랭크. 사실 비긴어게인이 애덤의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프랭크 역시 비긴어게인에 못지않은 작품성을 갖추었습니다. 비긴어게인이 밝은 느낌의 영화라면 프랭크는 조금 더 어두운, 현실에 더 가까운 이야기를 담고 있죠.


동화에서 현실로, 현실은 늘 아프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직장인 존이 우연한 계기로 프랭크와 친구들이 있는 밴드에 합류해, 프랭크의 천재성을 따라가는 이야기죠. 거기에는 SNS와 각종 인간군상의 모습이 담기지만, 영화 자체는 그리 무겁지 않습니다. 조금 쓸쓸한 분위기에 B급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평범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다 보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유쾌하기도 합니다.




아일랜드에서 프랭크의 천재성을 닮고 싶은 존과 그런 그의 모습에서 자신을 보는 돈, 그리고 프랭크의 맹신자인 클라라까지. 그들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영화중반부로 넘어가며 하나의 색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환상에서 머물기를 택한 돈 때문에 그 색은 오래가지 못하죠. 록 페스티벌에 참가하기 위한 여정을 다룬 후반부에서 갈등이 고조되고 가면이 박살 나며 현실에 맨몸으로 남겨진 프랭크와 그의 친구들은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길이 음악을 하려는 길이 아닌, SNS가 만들어낸 신기루였으며, 신기루의 끝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존 자신이 쫓던 것이 신기루였다는 모습은 영화 마지막 다시 밴드가 뭉치는 모습에서도 보이죠. 울며 노래를 부르는 프랭크, 그리고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클라라 하지만 그 자리에 존은 없습니다. 특별한 밴드에 평범함을 전염시키며 자신이 특별해지길 바랐던 존. 어쩌면 우리 모습과도 같을지 모릅니다. 나보다 특별한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지만, 어쩌면 그들 역시 나처럼 평범해지길 바라는 모습 말이죠.


특별함과 평범함. 


제가 느낀 프랭크는 딱 한 문장입니다. "특별한 미친놈과 평범한 찌질이는 결코 같을 수 없다." 프랭크에 온갖 프레임을 씌워 자신만의 상상으로 특별함을 만들어내는 존. 그 환상이 깨지고 평범한 프랭크를 마주했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영화 마지막 보여주던 그 뒷모습은 무얼 말하는 걸까요.

영화, 아니 에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았습니다. 개봉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라도 보아 정말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우리 내면의 감정을 캐릭터화해, 우리가 겪는 감정충돌적인 모습을 그들의 모습으로 그려냈습니다. 주인공 라일라의 감정들이 겪는 좌충우돌과 슬픔이의 비중은 우리에게 감정을 숨기고 마냥 즐거운 척 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란 것을 보여줍니다.




슬픔이와 기쁨이, 그 둘에게서 보이던 나의 모습.


인생의 희로애락이라고 합니다. 이는 우리의 삶에 있어 기쁨, 슬픔, 분노, 즐거움이 모두 함께 있다는 소리죠. 마냥 하나라도 부족하다면, 우린 비인간적이라 말합니다. 부처가 아닌 사람이기에 화를 내고, 예수가 아닌 인간이기에 이기적일 수 있으며, 동물이 아닌 사람이기에 함께 기뻐할 수 있죠. 사실 전 직장을 다니며, 그리고 그만둔 후. 혼자서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걱정할까 봐, 부담될까봐 늘 괜찮은 척하며 지냈죠. 슈퍼맨이 아닌데 슈퍼맨처럼. 전 직장을 그만둘 때 누군가 저에게 그랬습니다. 

"너도 사람이고 실수할 수 있다. 왜 너만 실수하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널 슈퍼맨으로 만든 거 같아 미안하다."고 말이죠. 저도 사람이고 감정을 느끼는 인간입니다. 매드클라운의 가사처럼 때리면 아프고, 간지럽히면 웃죠. 슬플 땐 웁니다. 하지만 그땐 그 감정들을 모두 숨겼습니다. 강압적으로 기쁜 생각만 하려 하고, 긍정적으로만 생각하고, 그 뒤 제게 남은 것은 해피바이러스가 아닌, 너무나 큰 공허함이었습니다. 결국, 감정의 골이 깊어질수록 악영향이 나왔고, 결코 좋지 못한 방법으로 전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지금 전 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초반 기쁨이의 행동은 슬픔이를 배제하는, 라일라에게 늘 즐거움만 주려 하는 모습입니다. 슬픔이의 실수로 구슬의 색이 바뀌고, 섬들이 무너지면서 분명 관객들도 슬픔이를 욕했겠지요. 하지만 사실은, 그 모든 것이 슬픈 기억이었고 억지로 즐거운 기억을 만들다 보니, 표출되지 못한 슬픔이 모여 일으킨 사고라 볼 수 있습니다. 그 후 기쁨이와 슬픔이가 없을 때 라일라에게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결국 모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텅 빈 인간이 되어버리죠. 인형이 된 라일라에게 감정을 되찾아준 슬픔이와 기쁨이. 라일라가 제일 먼저 찾은 감정은 슬픔이었습니다. 슬픔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마음껏 울었을 때, 다시 찾아온 것은 기쁨이 아닌 행복이었죠.


감정노동자와 감정을 숨기는 어른들.


우리 모두 어쩌면 몸만 큰 어린이입니다. 현실에 부딪혀 참고, 견디며, 다들 힘들어하니 힘들다는 소리 한번 제대로 못내는, 모든 것은 나의 노력부족으로만 몰고 가는 그런 어린이일 수 있습니다. 어릴 적 꿈은 기억청소부들이 지워버리고, 어릴 적 상상의 친구는 빙봉처럼 이별했죠. 구멍 난 통장에 월급만 들이붓는, 아니, 월급을 붓기 위해 직장을 찾아다니는 많은 몸만 큰 어린이입니다.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고, 괜찮은 척, 긍정적인 척. 힘들다 말하면 약한 사람으로, 화를 내면 부도덕한 사람으로 내모는 그런 사회의 시선이 우리를 슈퍼맨으로 만들고 있는지 모릅니다. 슈퍼맨이 되지 못했을 때 느끼는 그 공허함. 우리가 만약 우리의 감정에 솔직해지면,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 역시 행복일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본 모든 어른에게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잠깐이라도 어린이로 돌아가 보자고, 우리의 감정에 솔직해져 보자고. 그럼 내일은 조금 아주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도 있습니다.

파워레인저가 개봉했습니다. 마녀 리사가 나오고 우리의 메가조드도 부활했습니다. 만약 후속편이 나온다면 그린레인저와 드래곤조드도 함께 나오려나요. 저와 같은 시대를 보낸 분들은 모두 가슴이 두근두근했을 거예요. 학교 마치고, 집에 와 늘 두근거리며 티비앞에 앉게 만들어떤 그 음악. go go 파워레인저. 80년 후반부터 90년 초반생까지는 모두 파워레인저를 미국판으로 처음 접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파워레인저가 개봉했다길래 추억 속에 빠져 보내다가 그때 그 시절 제가 재밌게 봤던 전대물 시리즈 올려봅니다.



누구나 다 아는 그 후레쉬맨입니다. 전대물 시리즈 이젠 모두 용사되어 오! 후레쉬! 돌아왔네. 후레쉬맨, 후레쉬맨 지구방위대! 매우 익숙한 오프닝 음악에 빨강, 파랑, 녹색, 노랑, 분홍의 전신 타이즈. 오래된 전대물의 특징 오토바이 헬멧입니다. 사실 큰 헬멧은 후레쉬맨, 바이오맨까지였네요. 그 뒤로는 모두 마스크맨 스타일로 나왔으니 말이죠. 후레쉬킹, 타이탄, 로보 등 메카도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평화를 선포하는 우주전사 우리들~지구 정복 노리는 악마를 향해, 싸~워 싸~워 바이오맨! 성악을 하듯 우렁찬 아저씨의 음색이 돋보이던 주제곡, 바이오맨 입니다. 난 사실 어릴 때 주제곡은 바이오맨, 생긴 건 마스크맨, 내용은 후레쉬맨을 좋아했죠. 그래서 3편을 합쳐서 만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사실 전대물 3편 다 열심히 본 기억은 나는데, 엔딩을 본 기억이 없어요. 전부다요. 우리 동네 비디오방에는 꼭 한편 씩 빠져있어서, 그냥 막 봤던 기억입니다. 그래도 바이오맨은 기억나는 게, 은색바이오맨도 나왔고 그 녀석이 착한 놈은 아니었다고 기억해요. 굉장히 슬펐던 내용도 있고, 사실 바이오맨은 어른이 봐도 괜찮은 스토리라인이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죽는 최초의 전대물 시리즈이기도 하죠.



우리의 몸에는 아무도 볼 수 없는 힘이 있어요~ 비밀을 갖고 있어요~ 주제곡부터 신비주의였던 마스크맨입니다. 손을 삼각형으로 만들고 날아가며 변신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는데요. 앞서 말한 것처럼 헬멧이 작아졌어요. 이때부터 우리에게 더 익숙한 의상 스타일로 변합니다. 사실 마스크맨은 기억이 안 나요. 전부 무술 고수에다 마스크맨 블루가 중학생 나이였나?, 아 그리고 최초의 5단 합체 로봇 등장입니다. 후레쉬맨은 후레쉬킹 혼자 전함에서 로봇으로 변하고, 바이오맨은 비행기 2대가 합체하죠. 마스크맨은 그레이트 파이브가 전투기, 헬기, 또 다른 비행기, 전차, 드릴전차가 합체했죠. 집에 로봇은 있었어요.



초수전대 라이브맨입니다. 비디오방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빌렸던 비디오입니다. 컨셉이 매우 독특했죠. 친구들이여 너희는 왜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가! 엇나간 친구 뚜드려 패서 정신 차리게 하는 내용입니다. 결말을 못 봤어요. 혹시 엔딩 아시는 분 댓글로 남겨주세요. 라이브맨은 최초의 3인 전대입니다. 그리고 블루와 그린이 동시에 나타나죠. 메카들의 컨셉도 많이 변해서 독수리, 사자, 돌고래, 코뿔소, 황소입니다. 그 당시에는 파격적인 기동률을 자랑하는 메카였는데, 우리 집엔 없어서 늘 부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드디어 대망의 파워레인저네요. 비디오가 아닌 집에서 TV로 시청했던 파워레인저. 난 블랙 레인저의 매머드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레드가 티라노, 블랙이 매머드, 블루가 트리케라톱스, 옐로가 샤벨 타이거, 핑크가 익룡이죠. 메가조드의 위풍당당한 모습도. 변신 전 전차 모드도 모두 좋았습니다. 후에 그린레인저가 나오면서 드래곤조드에게 마음을 뺏겼죠. 피리를 불던 쿨한 그린의 모습은 최고였어요. 근데 결말을 못 봤죠. 종영되었거든요. 그 뒤로 추억 속에만 묻어두었는데, 이렇게 나타나서 설레게 만들다니. 영화 보면서 고마워할 거 같아요. 힘든 요즘에 추억에 빠져 잠깐이라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으니까요.

올드가 아닌 클래식함을 보여준 이들. 그리고 신예의 반란.


이번 3화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노련함을 보여준 기성래퍼들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1세대 라임괴물 피타입과 리듬 위의 마법사 디기리. 매니악등이 있죠. 이그니토의 철학이 담긴 음악과 매니악의 죽지 않은 랩 괴물을 보았고, 피타입과 디기리의 경연이 아닌 공연을 보았습니다. 



피타입 VS 디기리. 승자 피타입.


가사 돌려막기라는 악담 속에서도 피타입은 피타입이었습니다. 묵직한 한글라임이 영어마냥 굴러가는 가사를 보며, 힙합을 잘 알지 못하는 전 마냥 좋게만 들렸습니다. 그리고 디기리, 피타입보다 스무스하고 조금 더 알기 쉬운 가사, 사실 첫번째 비트보다 무승부 이후 재대결에서 보여준 비트 속 가사가 더욱 좋게 들렸습니다. 예전 시즌에서 불구덩이 속으로 떨어진 피타입, 이번에도 비슷한 가사를 내세웠지만, 아쉬움 속에 2차를 통과하고는 디기와의 렌전더리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불한당크루의 `불한당가`노래를 들으면 피타입만의 한글라임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불한당 크루 이후 브랜뉴뮤직과 계약하며 새로운 음악을 약속한 피타입. 쇼미더머니시즌6에서 어디까지 증명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번 화를 통해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를 증명하며 죽지 않았음을 알렸습니다.


괄약근의 마법사. 아니, 돌아온 리듬 위 마에스트로 `디기리`


랩교 1막으로 잘 알려진. 허니패밀리. 어린 친구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지만, 90년대 힙합을 알게 된 국내 힙합팬들에게는 익숙한 그룹입니다. 힙합을 하나의 종교처럼 이끌던 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 리듬을 가지고 놀던 디기리. 허니패밀리 외에 리쌈트리오까지 활동을 했지만, 괄약근으로 통하는 입대기피 사건(혈압측정시 괄약근의 힘을주어 고혈압으로 판정받는 방법으로 입대를 기피하려다 재입대하였습니다.) 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엠넷의 악마의 편집으로 또 다시 희생양이 되었지만,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싶어 나왔다는 그의 진솔한 말투와 피타입과의 대결에서 보여준 래핑은 예전 허니패밀리 시절 속 그를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누군가에겐 낡고, 어린친구들에겐 새롭지 못한 가사와 랩일지 모르지만,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올드라는 단어보다는 클래식이 더 어울렸습니다. 피타입과의 재대결에서 패하고 사라지지만, 앞으로의 활동을 통해 예전 리듬을 가지고 놀던 그 모습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1세대 래퍼가 반갑다. 그리고 그립다.


개리, 길, 디기리. 리쌈트리오. 리쌍의 해체로 인해 앞으로 같은 무대에 선 모습을 볼 날이 더욱 없어지겠죠. 무브먼트와 붓다베이비 래퍼들도 이젠 근황이 궁금합니다. 최근으로 넘어오면, 쌈디와 이센스의 슈프림팀까지. 1세대와 2세대, 그리고 1.5세대 래퍼들이 더욱 생각나는 무대였습니다.


이그니토와 우원재, 페노메코와 에이솔, 보이비와 블랙나인. 승자 우원재, 에이솔, 흑구.


현 힙합씬 가장 핫한 루키인 페노메코가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말도 많습니다. 에이솔의 래핑을 칭찬하는 분들도, 말도 안된다며 화를 내시는 분들도, 페노메코가 아깝다는 분들도, 그 만큼 페노메코가 국내 힙합씬에서 받는 기대치를 알 수 있었습니다. 프로듀서진이 그리는 빅픽처에 에이솔이 더욱 어울렸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다른 사실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확실한 사실 하나는 에이솔이 붙은겁니다. 자기 생각과는 다르다고 도 넘은 비판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이젠 쇼미더머니라는 틀을 넘어선 페노메코의 더욱 큰 행보를 응원해주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악마 대 사탄. 우원재의 발견.


어둠의 기운을 잔뜩 끌어모은 두 래퍼. 이그니토와 우원재. 자신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내뱉는 우원재와 자신의 철학을 막힘없이 내뱉는 이그니토. 승자는 우원재입니다. 사실 누가 이겨도 이상할게 없는 대결이라 생각합니다. 이그니토가 가진 네임벨류와 스킬, 그리고 가사에 우원재가 조금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우원재에게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그니토와의 이번 대결은 그에게 음악적 성장을 불러올수도 있고, 앞으로의 경연에서 발전해나가는 모습은 신예래퍼의 등용문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매우 어울린다 생각합니다. 그래도 이그니토를 다시 볼 수 없다는 모습에 마음이 씁쓸하기는 합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팬심은 어찌할 수가 없네요.



보이비와 블랙나인 흑구. 보이비의 아쉬운 선택.


만약 보이비가 블랙나인이 아닌 다른 이를 골랐다면, 우린 제2의 호랑나비를 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블랙나인을 선택했고, 블랙나인은 프로듀서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타이트한 래핑과 딕션, 보이비만의 각잡힌 랩도 좋지만, 흑구가 가진 새로운 래핑역시 또 다른 가능성을 프로듀서진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몇번의 도전과 예선탈락. 어쩌면 이번 시즌은 그 동안 실패를 맛본 흑구에게 성공이라는 파랑새를 가져다주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랩괴물. 1세대 래퍼의 자존심을 지킨 매니악. VS 마이크로닷. 승자 매니악.


거한과 거한의 만남. 마이크로닷과 매니악이 만났습니다. 1세대 힙합그룹 중 하나인, 업타운. 이미 윤미래로 더 유명합니다. 스내키챈과 스윙스 역시 업 타운 출신이죠. 그리고 드디어 나온 매니악. 2화에서 떨어진 자신감은 3화에서 넘치다 못해 폭발하였고, 정확한 딕션과 여유넘치는 그 만의 플로우로 또 다른 거한 마이크로닷을 이겼습니다. 비와이와의 대결에서 폭팔력으로 승기를 잡았던 마이크로닷, 매니악과의 대결에서는 그의 덩치가 왜소해 보일만큼 작은 모습이었죠. 하지만 랩 만큼은 둘 모두 잘했습니다. 전 보는내내 누가 이기든 박수를 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박수는 매니악에게 갔습니다.


건재한 1세대? 노련함만이 답은 아닙니다.


이제 남은 1세대 래퍼는 더블케이가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존 출연래퍼들이 있죠. 우승후보 넉살까지 남았습니다. 피타입과 매니악, 다음 경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그들의 건재함을 알린 건 성공입니다. 문제는 이제부터죠. 새로움과 독특함으로 무장한 신예들, 실력은 기본으로 자신감은 덤으로, 그런 그들에게서 클래식함을 보여주긴 위해서는 발전은 필수입니다. 노련함이 지나치면 단조로움이 되고, 지겨움이 생깁니다. 이그니토와 페노메코의 탈락은 정해진 우승후보는 없다는 걸 우리에게 알렸고, 이는 누군가에게는 기회로 누군가에게는 불안함으로 다가오겠죠. 그 어느때보다 치열한 쇼미더머니 시즌6, 다음화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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